스쿠프로부터 시작하여 제네시스 쿠페에 이르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 개발사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자동차는 이제 자사의 자체적인 고성능 브랜드인 ‘N’을 꾸리기 시작했고, 그 첫 결과물로서 i30 N을 내놓는 등, 고성능차 개발에 끊임 없이 힘 쓰고 있다. 아울러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종을 통해 고성능의 영역을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스쿠프를 통해 대한민국의 첫 자체개발 쿠페형 모델을 선보였고, 뒤이어 선보인 티뷰론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한층 향상된 성능으로 대한민국 스페셜티카(Specialty Car) 시장을 한층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티뷰론의 뒤를 이은 새로운 스포츠 쿠페를 내놓으며 대한민국 토종 쿠페의 역사를 이어갔다. 그 차의 이름은 바로 투스카니다.
현대자동차의 투스카니는 2001년, 티뷰론의 후기형 모델인 티뷰론 터뷸런스를 대체하는 모델로 시장에 등장했다. 투스카니는 스쿠프와 티뷰론으로 이어지는 현대자동차 스페셜티카 계보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스페셜티카는 정통 스포츠카들에 비해 낮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스포츠 쿠페의 매력적인 외모와 감각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차를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무늬만 스포츠카’지만 좋게 말하면 ‘대중의 스포츠카’인 셈이다. 이러한 형태의 자동차로는 닛산의 실비아, 토요타의 셀리카, 혼다의 인테그라 등이 있다.
투스카니의 외관 디자인은 선대인 티뷰론 및 터뷸런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빚어졌다. 근육질의 육감적인 바디를 지녔던 티뷰론에 비해 직선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한층 절제된 스타일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디테일을 통해, 티뷰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 쿠페의 역동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디테일로는 전륜 휀더 측면의 이른 바 ‘상어 아가미’로 불리는 에어벤트가 그것이다. 또한 직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후방의 디자인은 티뷰론 못지 않은 볼륨감을 강조하며 스포티한 색채가 진하게 묻어 났다.
투스카니는 2001년 등장한 초기형 모델과 2004년 등장한 1차 마이너 체인지 모델, 그리고 2006년에 등장한 최후기형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외모가 변화하였다. 1차 마이너 체인지 모델은 초기형의 일체형 에어 인테이크 대신 3분할 인테이크로 범퍼를 바꾸고 전용의 신규 블랙베젤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을 클리어 타입으로 바꾼 신형의 테일램프,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적용하며 투스카니의 디자인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최후기형 모델에 해당하는 2006년식 이후의 모델은 보다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감행했다. 헤드램프를 보다 공격적인 인상으로 교체하고, 기존의 상어 아가미 대신 가로 형태의 에어벤트로 바꾸었다. 테일램프는 클리어 타입으로 변경하여 한층 색다른 이미지를 주었으며, 새로운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통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투스카니에는 두 가지의 가솔린 엔진이 실렸다. 그 중 하나는 티뷰론에게서 물려 받은 직렬 4기통 2.0리터 베타 엔진이고, 나머지 하나는 투스카니를 위해 개발된 2.7리터 배기량의 V형 6기통 델타 엔진이다. 이 2.7 델타 엔진을 얹은 투스카니에는 엘리사(ELISA)라는 별칭이 붙었고, 이후 튜닝 업계에서는 2.0리터 버전을 ‘투스카니’로, 2.7리터 버전을 ‘엘리사’로 통칭하기도 했다.
투스카니에 실렸던 2.0 베타 엔진은 143마력의 최고출력을 냈고, 엘리사의 2.7 델타 엔진은 175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구동방식은 스쿠프 및 티뷰론과 같이 전륜구동계를 채용했으며, 5단 및 6단 수동 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중 수동 6단 변속기는 초기형에는 2.7 리터 모델에만 채용되었다가, 이후 2.0리터 모델에도 고급 사양인 ‘GTS-II’ 트림을 통해 적용했다. 투스카니의 6단 수동 변속기는 일본 아이치기계공업(Aichi)의 제품으로, 적정한 기어비와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다. 비록 동력성능은 정통 스포츠카를 주장하기에는 당대에도 다소 부족한 성능이기는 했지만, 스페셜티카의 측면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가격 덕분에 꾸준하게 판매가 이루어졌다.
투스카니는 대한민국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업계의 꽃이자, 모터스포츠 무대의 주역이었다. 당시의 대한민국 자동차 애프터마켓에는 투스카니를 위한 부품들로 가득했다. 자잘한 꾸미기용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성능향상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투스카니를 완성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구할 수 있었다. 아울러 투스카니는 스쿠프와 티뷰론의 역할을 물려받으면서 당대의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무대를 이끌었던 핵심 차종 중 하나로 맹활약했다. 투스카니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성능 향상 부품들이 등장한 것은 투스카니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의 활약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
현대자동차 투스카니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수출되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선대인 티뷰론의 이름을 물려 받았고, 유럽 시장에서는 ‘현대 쿠페’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 차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잘 다듬어진 디자인, 적당한 수준의 성능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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