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놀랍게도 이런 차는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일반 자동차는 공장에서 뚝딱뚝딱 찍어낸다. 빠르면 1분에 한대씩 굴러나오기도 하니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들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차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차를 가질 수 있다.이런 특별한 자동차들은 일류 기술자들이 엔진을 조립하고 실내용 가죽을 재단하며 스티어링 휠도 직접 끼운다. 이 때문에 ‘핸드 메이드’는 명품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마틴, 페라리,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 하이엔드 럭셔리카 메이커들이 주로 핸드 메이드 방식을 쓴다. 물론 기계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부품을 운반하거나 도색작업 등 일부에 한정된다.
만들기 쉽고 가격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왜 핸드 메이드 방식을 고집할까? 우선 주문자에 따라 색상, 내장재, 편의장비 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또 하나부터 열까지 전문가가 꼼꼼하게 작업해 품질도 뛰어나다. 오로지 감에 의지해 차를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높은 조립 완성도를 자랑한다.
장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차의 가치를 높이고, 희소성이라는 장점을 부각시켜 홍보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부 메이커는 고객들에게 제작과정을 공개하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ASTON MARTIN
20여년전만 해도 애스턴마틴은 철판을 망치로 두들겨 패널을 가공하는 등 대부분의 작업을 핸드 메이드에 의존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게 하진 않는다. 뼈대와 차체 패널을 기계로 성형하고 엔진과 섀시 같은 무거운 부품을 운반할 때도 기계의 힘을 빌린다. 차체를 조립하기 전 접착체를 바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엔진과 서스펜션은 사람이 조립한다. AMG에서 가져온 V8 터보 엔진은 예외다(이 엔진도 AMG에서 수작업으로 만들긴 마찬가지다). 하이엔드 메이커 중 일부는 도색과정 전체를 기계로 하지만 애스턴마틴은 마무리 작업을 사람이 한다. 또한 실내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가죽작업은 100% 핸드 메이드다.
차 한대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200시간(최종검사 과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때때로 CEO 앤디 팔머가 직접 검수에 참여하기도 한다. 애스턴마틴의 연간 생산규모는 5,200대 정도인데, 고객의 요구사항이 제각기 달라서 똑같은 차가 한대도 없다. 애스턴마틴이 핸드 메이드를 고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BENTLEY
벤틀리는 1919년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껏 핸드 메이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잉글랜드 크루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26대의 컨티넨탈/플라잉스퍼, 5대의 뮬산, 31대의 벤테이가가 만들어진다. 차 한대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컨티넨탈 GT 110시간, 플라잉스퍼와 벤테이가 130시간, 뮬산은 무려 400시간이다.
벤틀리를 상징하는 W12 엔진 제작에는 30명의 전문가가 투입되고, 13시간 30분이 걸린다. 뮬산의 경우 내장재를 만드는데만 136시간이 소요된다(조립은 제외다). 그만큼 작업과정이 세심하고 까다롭다는 뜻이다. 고객이 가죽 색상과 다른 스티치 장식을 원할 경우 25~40시간이 더 걸린다.
벤틀리는 전통적으로 목재 장식을 많이 적용한다. 가공된 원목을 이어 붙이고 깎아서 0.5mm 두께의 베니어판을 붙인 다음 도색과 광택을 수차례 반복한다. 차 한대에 들어가는 가죽의 양도 엄청나다. 뮬산 기준으로 하루 5대를 완성하는데 15마리분의 황소 가죽이 필요하다. 도색과 광택작업에는 12시간이 걸린다.
BUGATTI
부가티의 프랑스 몰샤임 공장에서는 시롱 한가지만 만든다. 21명의 작업자가 한대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정도. 협력업체에서 가져온 1,800가지 부품을 조립하는데 2개월, 섀시 조립 1주일, 도장에는 3주가 걸린다(각부분의 색이 다르고 도색과 연마, 광택작업이 계속 반복된다).
부가티는 주요 부품을 모두 협력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섀시는 모터스포츠 전문업체 달라라, 변속기와 브레이크는 영국 리카르도와 AP 레이싱, W16 8.0L 쿼드터보 엔진은 폭스바겐의 잘츠기터 공장에서 만들어 몰샤임으로 건너온다.
최고출력 1,500마력이 넘는 하이퍼카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조립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겠지만 첨단기술의 도움과 장인의 손길이 더해져 로봇이 조립하는 것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몰샤임 공장은 자동화 기계가 거의 없고, 깔끔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McLAREN
맥라렌의 양산차는 잉글랜드 워킹(Wokig)의 맥라렌 테크놀로지센터(MTC)와 맥라렌 프로덕션센터(MPC)에서 만들어진다. MTC는 신차와 경주차 개발을, MPC는 양산차를 담당한다. 맥라렌 슈퍼 및 스포츠 시리즈 등을 생산하는 MPC는 분위기가 부가티의 몰샤임 공장과 비슷하다.
맥라렌 역시 철저하게 수작업으로 차를 만든다. 작업자들이 직접 부품을 옮기고 접착제를 바르며 도색까지 책임진다. 차체 조립도 사람의 몫이다. 한편 V8 트윈터보 엔진은 영국 남동부 쇼어햄 해안가에 위치한 리카르도 기술 센터에서 제작되어 MPC로 가져온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다 보니 차 한대를 완성하는데 24일이 소요된다. 작업 중간중간 이뤄지는 검수작업은 기계를 이용해 450곳을 체크한다. 특별주문 차인 MSO(McLaren Special Operation) 모델은 MPC에서 20분 떨어진 MSO 공장에서 따로 만든다.
ROLLS-ROYCE
잉글랜드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는 주문제작이 원칙이어서 똑같이 생긴 모델을 단 한대도 찾아볼 수 없다. 거대한 V12 엔진 생산이나 차체 조립도 전문가의 손에서 이뤄진다. 다른 메이커들처럼 롤스로이스도 무거운 파워트레인을 들어올리고, 조립된 차체를 다음 작업장으로 이동시킬 때만 기계의 힘을 빌린다.
45kg의 페인트가 들어가는 도색작업, 가죽과 원목으로 된 대시보드 패널이나 시트 조립 등은 100% 수작업이다. 하이퍼카를 만들 때처럼 와이파이 스패너와 토크 렌치를 사용해 작업자가 어떤 볼트와 너트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조이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기록해둔다.
롤스로이스 한대를 완성하는데는 평균 450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맞춤제작을 하면 10개월로 대폭 늘어난다. 롤스로이스는 4만4,000가지가 넘는 내외장 컬러와 30가지 이상의 목재 트림을 제공한다. 이 가운데 맘에 드는 색상과 내장재가 없으면 비스포크로 넘어가 세상에 하나뿐인 롤스로이스를 꾸밀 수 있다.
비스포크의 진가는 신형 팬텀의 대시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장식은 고객이 선호하는 예술가의 작품 일부를 대시보드에 적용하는 호화 옵션이다. 작은 부분을 꾸미기 위해 롤스로이스는 다양한 소재와 기법은 물론이고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는 럭셔리카의 대명사지만 하이엔드 프리미엄 메이커 앞에서는 평범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차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실내의 가죽장식, 개별맞춤 옵션 정도만 핸드 메이드다. 하지만 철저하게 수작업을 고수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메르세데스-AMG의 엔진이다. AMG는 1967년 설립 이후 ‘원맨 원엔진’(One Man–One Engine)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전문가 한명이 엔진 하나를 전담해 완성하고, 엔진 커버에는 작업자의 서명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AMG 라인업이 확장되면서 이런 원칙이 깨지고 있다. AMG 라인업의 주력인 V8 4.0L 트윈터보(63 시리즈)와 4기통 2.0L 터보(45 시리즈) 등은 핸드 메이드지만 최근 추가된 V6(43 시리즈)와 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53 시리즈)는 원맨 원엔진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PORSCHE
포르쉐는 수작업과 기계의 사용을 병행하고 있다. 프레스기로 찍어낸 패널과 뼈대를 전용라인에서 조립한 다음, 사람이 보고 만지며 검수를 한다. 문제가 없으면 도색실로 옮겨져 도색과 코팅, 건조작업이 이뤄진다.
포르쉐의 F6, V6, V8 엔진은 기술자들이 직접 만든다. 중간중간 엔진블록을 옮길 때, 접착제를 바를 때만 기계의 힘을 빌린다. 실내 꾸밈 역시 수작업이 주를 이룬다. 포르쉐는 모든 장비를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색상이나 소재가 맘에 들지 않으면 특별주문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포르쉐의 최고급 라인인 익스클루시브의 경우, 휠을 포함한 차체 도색과 코팅작업을 장인이 맡는다. 카레라 GT, 918 스파이더 같은 소량생산 슈퍼카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 메이드 방식으로 제작된다.
글 <탑기어>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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