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랜만에 다루게 되는 V12 엔진이다. 이 엔진은 BMW에서 개발되어 BMW는 물론, 세계 최고의 럭셔리 세단으로 손꼽히는 롤스로이스의 차들에도 사용되는, BMW의 자존심과도 같은 엔진이다. 이 엔진의 이름은 N74 엔진이다.
BMW를 넘어 롤스로이스까지 사용하는 BMW의 자존심
BMW N74 엔진은 BMW가 2008년도부터 양산차에 도입하기 시작한 V형 12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BMW가 2003년부터 사용해 오고 있었던 N73 엔진의 후계기로서 개발되었다. N74의 선대에 해당하는 N73 엔진은 세계 최초로 직분사 시스템을 채용한 V12 엔진으로, 이 엔진의 6.75리터 버전이 롤스로이스 팬텀의 심장으로 유명하다.
N74 엔진은 차세대 BMW 플래그십 세단과 롤스로이스 라인업을 위한 엔진으로 개발되었다. 기본적인 설계는 선대와 마찬가지로, 뱅크각 60도의 V형 12기통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으며 실린더 블록은 알루미늄에, 직분사 기구와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를 기본으로 갖췄다. 하지만 자연흡배기(Naturally Aspirated) 엔진이었던 선대와는 달리, N74는 트윈터보차저를 기본으로 적용한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N74 엔진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N74B60’ 엔진을 기준으로, 보어(실린더 내경)는 89mm, 스트로크(행정길이)는 80mm이며, 레드존이 7,000rpm에서부터 시작하는 고회전형 유닛이다. 압축비는 과급엔진으로서는 높은 편인 10:1이다.
5세대 7시리즈(F01/F02)의 760Li에 실린 N74B60 엔진은 후술할 M760Li의 등장 이전까지 역대 7시리즈에 탑재된 엔진 중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을 자랑했다. 엔진의 배기량을 의미하는 코드 뒷자리의 숫자 60은 이 엔진의 배기량이 6.0리터(5,972cc)라는 것을 의미한다. 6.0리터의 배기량에 트윈터보와 직분사 시스템, 가변밸브타이밍 기구로 무장한 N74B60 엔진은 544마력/5,250rpm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76.5kg.m/1,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 동급에서 손꼽히는 동력성능을 자랑했다.
N74 엔진은 초기에 등장한 N74B60 외에도 N74B66, N74B66TU, N74B68 등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N74B66은 팬텀을 제외한 다른 롤스로이스 모델들을 위한 유닛으로, N74B60에서 스트로크를 88.3mm로 늘려, 6.6리터(6,592cc)의 배기량을 갖는다. 그래서 코드명 뒤쪽의 숫자가 ‘66’인 것이다.
N74B66은 원형인 N74B60과 마찬가지로 트윈터보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고 현행의 롤스로이스 고스트(Ghost) 시리즈-II, 레이스(Wraith), 던(Dawn)에 탑재된다. 또한 각 차종에 맞는 전용의 튜닝을 거치기 때문에 차종별로 사양이 서로 다르다. 가령 고스트 시리즈-II의 경우에는 563마력 사양이 기본이며, 쿠페 모델인 레이스는 624마력에 이른다. 레이스에 실린 N74B66 엔진은 자동차 부문에서의 롤스로이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을 심장으로 삼은 레이스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과 스포티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며, 단 4.4초만에 0-100km/h 가속을 마무리한다.
N74 엔진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인 N74B66TU 유닛은 럭셔리 세단 최강의 주행 성능을 목표로 만들어진 ‘M760Li’의 심장이다. 이 엔진은 롤스로이스 고스트/던/레이스에 탑재되는 N74B66 유닛에 ‘M’의 조율을 통해 만들어졌다.따라서 배기량은 N74B66 유닛과 같은 6.6리터다. 하지만 더욱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높은 정밀도의 직분사 시스템과 더불어 보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더블 바노스(VANOS)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 등을 채용했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610마력/5,500~6,500rpm에 달하며 1,550rpm에서 5,000rpm까지의 폭넓은 구간에서 81.6kg.m의 최대토크를 끌어다 쓸 수 있다. 이 엔진ㄹ을 심장으로 하는 BMW M760Li는 전용의 8단 스포츠 자동변속기 및 xDrive와의 협응으로 단 3.7초 만에 0-100km/h 가속을 해치운다.
N74 엔진 라인업에서 가장 나중에 등장한 바리에이션인 ‘N74B68’은 세계 최고의 럭셔리 세단을 위한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전세계에서 이 엔진을 탑재한 차는 2017년에 등장한 롤스로이스의 신형 팬텀뿐이다. 이 엔진은 선대 팬텀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6.75리터의 배기량을 갖는다. 이 때문에 스트로크는 더 늘어났으며, 롤스로이스의 전통대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V12엔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팬텀의 거체를 이끌기에 한 점 부족함 없는 성능을 지녔다. 오로지 팬텀을 위한 엔진으로 만들어진 N74B68은 563마력/5,250rpm의 최고출력과 91.7kg.m/1,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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