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1세대는 클래식한 감성 디자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량이며, 근래에도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미니는 1세대부터 기존 출시된 3세대까지 거치며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차량의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자기만의 색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JCW 모델은 존 쿠퍼(John Cooper)의 오랜 레이싱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제작한 차량이다. 물론 레이싱 서킷에 맞게 제작된 차량은 아니지만, 트랙데이 행사에서 주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미니 JCW을 만나기 전에, 먼저 이 차량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았다.
레이싱계의 개척자 존 쿠퍼는 누구인가
존 쿠퍼는 1923년 영국 서리(Surrey)에서 태어났다. 그는 국제 모터스포츠계에서, 드라이버 뿐 아니라 자동차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46년 아버지와 함께 ‘쿠퍼 카 컴퍼니(Cooper Car Company)’를 설립했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쿠퍼 부자는 첫 모델로 포뮬러3 레이스를 위한 레이싱카를 제작했으며, 나중에는 포뮬러1 레이싱 차량도 제작하게 된다. 마침내 스포츠 콘셉트 모델로 아버지 찰스 쿠퍼와 그의 아들 존 쿠퍼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계에서 혁신적인 트렌드를 이끌어가게 된다.
1956년 후반, 영국의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의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가 회사로부터 경제적이면서도 완벽한 성능을 자랑하는 4인승 소형차, 미니의 최초 디자인을 요청 받았다. 그때 이시고니스는, 이 새로운 차량이 매우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모델이 될 것임을 예감했다. 전륜 구동이면서 짧은 바디 오버행, 낮은 무게중심, 적합한 공간의 사용과 가벼운 차체가 새로운 차량의 기본적인 특징이었다. 한편 존 쿠퍼와 알렉 이시고니스는 여러 레이스 경기에서 경쟁자로 만나며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들의 관계는 우정 외에도 BMC가 ‘쿠퍼 카 컴퍼니’의 엔진 공급업체라는 업무 관계도 있었다.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존 쿠퍼는 이시고니스가 그린 신모델의 첫 도면을 보게 되었다. 레이싱 전문가 존 쿠퍼는 한 눈에 미니가 가진 특별한 자질을 알아보았다. 존 쿠퍼는 이 작은 차에 적용된 기발한 콘셉트가 앞으로 스포티한 특징의 차량이 될 뿐만 아니라, 미니라는 브랜드를 다시 정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간의 의견은 미니의 스포티한 가능성에 관해서 만큼은 전혀 달랐다. 이시고니스는 무엇보다 일상의 주행에 적합한 차량을 염두에 두었던 반면, 존 쿠퍼는 작고 민첩한 모델이 레이싱 측면에서 발휘할 성과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1959년, 미니 브랜드가 설립되었던 첫 해에, 존 쿠퍼는 자사의 드라이버인 로이 살바도리를 레이싱을 위해 설계된 최초의 '미니 쿠퍼'에 태워 이탈리아로 보낸다. 결국, 살바도리는 렉 파넬이 '애스턴 마틴 DB4'로 이탈리아 몬차까지 주파했던 기록을 한 시간이나 앞당기며 미니의 새로운 자질을 입증해낸다.
1960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첫 성공에 고무된 존 쿠퍼는, BMC측에 미니를 기반으로 한 GT모델의 제작을 제안하게 된다. 이시고니스는 처음엔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당시 BMC의 CEO였던 조지 해리먼이 최종적으로 55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미니 쿠퍼를 1,000 대 소량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이 엔진은 기존 보다 21마력이 더 늘어났고, 최고 속도는 약 130km/h였다.
이시고니스는 이러한 존 쿠퍼의 노력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이시고니스가 차량 개발에 동참하면서 엔진 업그레이드 개발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엔진 블록의 보어(bore: 실린더의 머리 지름)를 미니 쿠퍼 S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엔진이었다. 1,071cc의 배기량의 4기통 엔진의 용량은 모터스포츠급인 1,100cc 미만으로 머무르며, 보어가 증가한 엔진의 회전질감은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난 가속감으로 나타났다. 최대출력은 70마력이었다.
존 쿠퍼의 이름은 이제 미니의 모터 스포츠 역사에서 전설로 자리잡았다. ‘존 쿠퍼 웍스(JCW)’는 탄탄한 기본기에 바탕을 둔 모터스포츠 노하우, 그리고 과거 수십 년에 걸친 성공적인 미니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드라이빙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1964 ~ 1967 -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활약
55마력의 미니 쿠퍼는 1962년 몬테카를로의 헤드라인을 처음으로 장식하면서 모터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몬테카를로 랠리에는 핀란드 출신 레이서인 라우노 알토넨(Rauno Aaltonen)을 드라이버로 기용했다. 작고 민첩한 성능을 자랑하는 미니 쿠퍼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경쟁 차량들을 가뿐히 따돌렸다.
하지만 1962년 당시 랠리에서, 미니 쿠퍼는 안타깝게도 골을 약 3km 남겨둔 지점에서 코너링 도중 판단 착오로 전복 사고가 나게 된다. 다행히 알토넨은 1년 후에 재출전해서 당시 불운을 멋지게 극복해 보이며 다시 한 번 승리했다. 전체 성적은 3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좋은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1963/1964 겨울 랠리에서 70마력의 '미니 쿠퍼 S'가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미니 쿠퍼 S는 이전 모델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무려 6초나 앞당겼다. 높은 수준의 엔진 출력은 가속력 외에도 더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이전 모델과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레이서 패디 홉커크(Paddy Hopkirk)는 당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눈부신 레이스를 펼치며 전체 성적 1위를 거머쥐었다. 홉커크는 이 작은 차량을 단숨에 모터스포츠계의 전설로 만들어 낸다. 1년 후, 핀란드 출신 레이서 티모 마키넨(Timo Makinen)과 코드라이버(Co-driver) 폴 이스터(Paul Easter)는 당시 최악의 기상상황에서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레이싱 중 단 한차례의 패널티 점수를 얻지 않은 유일한 팀으로 기록되며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당시 몬테카를로 랠리에는 사실 총 237대의 차량이 출발을 했지만, 고작 35대만이 완주를 했으며 이중 3대가 미니 쿠퍼 S 모델이었다고 한다.
이듬해 랠리 경기에서도 티모 마키넨, 라우노 알토넨, 패디 홉커크가 뛰어난 기량으로 1위에서 3위까지 차례로 들어오며 해트 트릭을 기록한다. 하지만 곧이어 랠리 대회준비위원회에서 미니의 전면 헤드램프에 설치된 낮은 빔이 랠리 규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면서 1,2,3위 3대가 모두 실격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대중들은 홉커크, 알토넨, 마키넨 이들 3명의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활약을 "삼총사"로 칭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다시 1년 후 미니 쿠퍼 S로 랠리에 참가하게 된 라우노 알토넨은 종합성적 3위를 기록하였고, 관중들의 압도적이고도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헤드램프를 개선한 모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
미니에서 시작된 전설적인 레이싱의 역사
미니는 랠리 레이싱에서만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1960년대 스트리트 서킷 레이싱에서도 수차례 우승을 거머쥐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러한 미니의 수많은 모터스포츠에서의 성공 덕분에 최초 레이스 출전 이후 10년 간 가장 뛰어난 경주용 자동차로 자리매김했다. 미니로부터 시작되었던 눈부신 레이싱 성과를 되돌아보도록 하자.
오스트리아 출신의 레이서 니콜라우스 안드레아스 라우다(Nikolaus Andreas Lauda)는 1968년 4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힐클라임 타임어택 레이싱에 처음 출전하여 미니로 2등의 성적을 기록한다. 2주 후, 라우다는 생애 첫 레이싱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재능을 증명한다. 이 승리 이후 라우다는 세 번의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게 된다. 또 다른 F1 월드 챔피언인 그래엄 힐(Graham Hill), 재키 스튜어트(Jackie Stewart), 존 서티스 (John Surtees), 조헨 린트 (Jochen Rindt), 제임스 헌트 (James Hunt) 모두 라우다처럼 첫 레이싱 경험의 출발은 모두 클래식 미니였다.
모터 스포츠계에서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존 쿠퍼가 개발한 특별한 구성이 더해진 미니 쿠퍼 모델은 1961년과 1971년 사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게 된다. 미니 브랜드에 있어 "쿠퍼(Cooper)"란 이름은 열정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뿐만 아니라 존 쿠퍼가 표준형 미니 모델에 적용하도록 개발한 튜닝키트 또한 이후 수년간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냈다.
미니와 존 쿠퍼 사이의 오래된 인연은 소형차의 부활에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1999년, BMW 그룹은 존 쿠퍼의 아들인 ‘마이크 쿠퍼(Mike Cooper)’를 초대해 '존 쿠퍼’의 전문성을 미니 프로젝트에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이크 쿠퍼는 자기 아버지의 업적을 불굴의 열정으로 이어갔다. 존 쿠퍼와 마찬가지로, 마이크 또한 2001년 뉴 미니의 출시 이전부터 오랫동안 자신만의 고성능 모델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당시 마이크는 미니를 통해 과거 레이싱 트랙에서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꿈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존 쿠퍼는 이러한 미니의 재현을 보지 못하고 2000년, 7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레이싱의 열정과 레이싱 경기 및 도로주행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공을 뒷받침하는 혁신적인 콘셉트의 대명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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