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조문곤 기자 = 모터쇼의 백미 중 하나는 콘셉트 카다. 양산차와는 거리가 먼 소재와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미래에 나올 차를 미리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쿄 모터쇼에는 눈을 사로잡는 콘셉트 카가 대거 선보였다. 콘셉트 카를 다 둘러봤다면 모터쇼의 절반 이상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없어서, 생업이 바빠서, 여건이 안되서 도쿄 모터쇼에 가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도쿄 모터쇼에 나온 주요 콘셉트 카 총정리다.(메이커 알파벳순)
아기자기한 실용성, 다이하츠 DN 콘셉트 5종
다이하츠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으로 유명한 토요타 산하의 브랜드다. 이번 모터쇼에 5가지의 개성넘치는 'DN'시리즈를 선보였다. 'DN'시리즈는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졌지만 완전히 다른 차처럼 생겼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삶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은 결과다.
'DN 컴파노(DN Compano)'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다이하츠 컴파노를 미래형 4도어 쿠페로 재해석했다. 귀여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같은 색의 '원조' 컴파노를 함께 전시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줬다.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원조' 컴파노에 향수를 간직한 고령 세대까지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DN U 스페이스(DN U Space)'는 일본에서 인기있는 박스카의 미래를 제시했다.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승합차 뺨치는 실내 넓이를 마주하게 된다. '작지만 크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DN 프로 카고(DN Pro Cargo)'는 DN U 스페이스와 비슷하지만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실내 구성에 중점을 둔 미니 밴이다. 자가용으로는 물론 푸드트럭, 용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서 6명이 탈 수 있는 소형 SUV 'DN 멀티식스(Multisix)', 그리고 1리터 터보와 1.2리터 하이브리드를 넣은 초소형 SUV 'DN 트렉(TREC)'도 소개됐다.
미래의 용달차 이스즈 FD-SI
용달차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 상용차 전문 브랜드 이스즈가 이번 행사서 답을 내놨다. 미래형 배달차 콘셉트 'FD-SI'는 투박하고 서민적인 모습이 아니라 레저용 차로 사서 타고싶을 만큼 스타일리시한 모습이다. 연비를 극대화하고 개성넘치는 외관을 위해 바퀴는 외장 안에 숨겼다.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운전자를 위해 거주성을 높이고 자율주행 기능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운전석은 가운데로 놓아 1인석으로 구성했고, 주변을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쾌적한 디자인으로 감쌌다. 적재함 내 화물이 잘보이도록 낸 구멍은 벌집 모양으로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공존, 혼다 어반 EV & 스포츠 EV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혼다의 '어반 EV(Urban EV)'는 복고풍의 미래형 차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번 도쿄 모터쇼에서는 혼다 EV 콘셉트는 괜찮은데 복고풍은 싫은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스포츠 EV 콘셉트'가 나왔다. 스포츠 EV는 어반 EV의 보닛을 늘리고 차체를 눌러 세련된 패스트백 쿠페 형태로 만들었다. 대신 어반 EV 특유의 귀엽고 복고 느낌이 나는 앞뒤 모습은 유지했다. 스포츠 EV는 혼다의 최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모델로, 인공지능을 넣어 운전자와 소통할 수 있다.
LS의 미래, 렉서스 LS+
풀체인지 된 5세대 렉서스 LS가 공개된 게 불과 올해 초인데, 렉서스는 벌써 다음 세대 LS를 준비했다. '렉서스 LS+'는 LS의 기반이 된 LF-FC 콘셉트의 디자인을 더욱 미래적으로 손봤다. 여기에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스템인 '하이웨이 팀메이트(Highway Teammate)’,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하는 '어반 팀메이트(Urban Teammate)'가 들어간다. LS+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2020년까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핫' 바디, 마즈다 비전 쿠페 & 카이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콘셉트 카가 마즈다의 '비전 쿠페'와 '카이 콘셉트'다. 기존 마즈다의 디자인 언어에 충실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한 디자인 때문이다. '비전 쿠페'는 마즈다의 미래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풀 사이즈 4도어 스포츠 쿠페다. 과도할 만큼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 등 전체적인 형상은 2015년 공개된 2도어 쿠페 RX-비전 콘셉트와 비슷하다. 마치 RX-비전에 도어 2개를 더 붙인 모습이다. 비전 쿠페에는 부활이 예고된 로터리 엔진이 들어가며, 효율과 출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가 더해진다.
또 하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카이(KAI) 콘셉트'는 마즈다가 "'핫 해치'라 부르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해!"라며 내놓은 듯 하다. 해치백 형태의 카이 콘셉트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핫'하다. 차체는 마즈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빚어졌고, 특히 측면을 과감하게 파내 섹시한 바디 라인을 만들었다. 보닛 아래에는 2019년부터 마즈다 양산차에 들아갈 '스카이액티브' 엔진이 들어간다. 스카이액티브 엔진은 디젤엔진과 같은 압축·폭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가솔린과 디젤의 장점을 모두 잡은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볼루션의 부활, 미쓰비시 e-볼루션
'e-볼루션'은 행사 전부터 티저이미지로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던 콘셉트 카다. 미쓰비시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에볼루션'이란 이름의 부활이 더 반가운 차이기도 하다. e-볼루션은 미쓰비시가 가장 잘만드는 SUV와 EV를 결합하고 여기에 4륜구동을 더했다. 앞축에 1개, 뒷축에 2개 총 3개의 전기모터가 들어가 있어 전기차의 효율과 강력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또한 4륜구동의 안정성과 SUV의 실용성까지 잡은 욕심많은 차다. 인공지능까지 얹어 운전도 편하다.
다재다능한 미래차, 미쓰비시 에미라이 4
'인공지능을 갖춘 자율주행 전기차'가 벌써 식상해졌다면 '에미라이 4(Emirai 4)'는 주목할만한 콘셉트 카다. 에미라이 4는 여기에 더해 증강현실이 투영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안개나 악천후로 시야가 안좋아도 맑은 날처럼 운행할 수 있다. 또 문이 열릴 때 주변에 빛을 쏴서 개문사고를 막는 기능도 갖췄다. 무엇보다 에미라이 4가 돋보이는 건 운전자 감지시스템이다. 실내에 카메라를 여러개 달아서 운전자의 컨디션과 행동을 모니터해 상황에 맞게 경고를 보내기도 하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현실적인 콘셉트 카, 닛산 IMx
'IMx'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순수 전기구동 SUV 콘셉트 카다.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실루엣을 가지고 있고, 운전자에게 개방감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제공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양산차와 거리가 먼 내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면에서는 현실적이다. 닛산의 '프로파일럿'이 들어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대와 악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페달은 남겨뒀다. 막연히 미래만 외치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새롭게 개량한 고용량 배터리가 들어간 IMx는 435마력, 71.3kgm의 최대토크를 내며, 1회 충전으로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더이상 평범함은 NO, 스바루 비지브 퍼포먼스
평범한 디자인으로 일관하던 스바루도 이제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할 것 같다. '비지브 퍼포먼스(Viziv Performance)'는 스바루가 평범한 디자인을 벗어던지겠다는 신호탄이다. 비지브 퍼포먼스는 당장이라도 양산이 가능할 것 같은 모습이다. 양산차의 현실적인 디자인과, 콘셉트카의 미래 디자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외관은 굵직한 선이 지배하는 강인한 인상이다.
비지브 퍼포먼스는 스바루가 50여 년간 다듬어 온 수평 대향 엔진, 일명 '박서(Boxer)' 엔진에 4륜구동을 맞물렸다. 덕분에 스바루 특유의 안정감 있고 민첩한 주행성능을 추구한다. 특히 너도나도 자율주행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스바루는 꿋꿋하게 '운전 재미'를 외친다. 뒷모습에는 좌우측에 2개씩 배기파이프를 내서 '꽤나 달리는 차'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스바루를 상징하는 안전장비인 아이사이트(EyeSight)도 더욱 성능을 강화해서 안전하게, 즐겁게 달리는 차를 추구하고 있다.
두근두근 설레는 스즈키 e-서바이버
스즈키가 이번 행사에서 내세운 슬로건은 '와쿠와쿠를 언제 어디서든'이다. 와쿠와쿠는 우리 말로 '두근두근'이라는 뜻이다. 가슴이 뛸만큼 즐겁게 탈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스즈키의 의지다. 그런 스즈키가 내 놓은 'e-서바이버(e-Survivor)'는 보는 즐거움과 타는 즐거움 모두를 선사해주기에 충분하다.
스즈키는 경차 SUV라는 독특한 장르의 차를 오랫동안 만든 메이커다. 대표 모델인 '짐니'는 요즘 유행하는 도심형 SUV가 아니라 험로 주행 전문이다. e-서바이버는 짐니를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했다. 전기구동계를 달고 더욱 오프로더 성향으로 매만졌다. 작은 차체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2인승 오픈 바디로 만들었고, 주변 도로 상황을 쉽게 확인하기 위해 도어를 투명하게 처리했다. 친환경 오프로더인 만큼 e-서바이버는 전기모터를 각 바퀴에 하나씩 달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덕분에 극한의 험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 진정한 4륜구동 차인 셈이다.
못생겼거나, 실용성에 '엄지척' 하거나, 토요타 TJ 크루저
'TJ 크루저'가 이번 도쿄 모터쇼를 앞두고 먼저 공개됐을 때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끔찍하게 못생긴 차'라는 평가와 '이 정도의 실용성이라면 조금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평가가 맞섰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미니밴과 SUV를 합친 기발한 발상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TJ 크루저의 실용성과 실내 공간은 비슷한 체급을 가진 웬만한 트럭의 뺨을 후려 갈길 정도다. 토요타의 정통 오프로더인 FJ 크루저의 계보를 잇기 충분한 오프로드 성능은 덤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권리, 토요타 콘셉트-i 라이드
'콘셉트-i 라이드(Concept-i Ride)'는 미래 자동차가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닌 사랑을 실천하는 모빌리티를 추구한다. 이름 속 'i'는 미래나 첨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사랑(あい)'을 뜻한다. 토요타가 앞서 공개한 '콘셉트-i'의 크기를 줄여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콘셉트-i 라이드다. 문을 위로 활짝 열 수 있는 걸윙 도어가 적용돼 차에 올라타거나 휠체어를 싣기에 편하다. 양옆으로 움직이는 1열 시트를 밀면 그 뒤로 휠체어 수납 공간이 나타난다. 운전석에는 운전대도 페달도 없다. 대신 전동 휠체어 컨트롤러를 떠올리게 하는 조이스틱이 추가됐다. 조이스틱에는 운전대, 페달 등 운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들어있다.
욕심많은 RV, 토요타 파인-컴포트 라이드
SUV나 세단 콘셉트 카로 가득 채워진 도쿄 모터쇼에서 토요타 '파인-컴포트 라이드(Fine-Comfort Ride)'는 군계일학이다. 파인-컴포트 라이드는 이름그대로 가장 안락하게 탈 수 있는 6인승 RV다. 휠베이스가 3,450mm나 되는 덕분에 2+2+2 시트 배열도 여유롭다. 2열과 3열 시트는 자유롭게 회전이 가능하고 좌우측 차창에 프로젝터를 쏴서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라기보다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장시간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운전자만 운전하느라 피곤할 수는 없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넣어 운전자도 '파인 컴포트 라이드'를 느낄 수 있다. 대용량 수소연료전지를 달아 최대 1,000km가 넘는 주행거리도 큰 장점이다. RV가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독자라면 미래에 살 차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차다.
하이브리드를 즐기는 방법, 토요타 GR HV 스포츠
'GR HV 스포츠'는 토요타 86의 지붕을 떼내고 전체에 까만 칠을 했다. 혁신이 키워드인 '콘셉트 카'로 부르기엔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면 좀 더 자세히 보시라. GR HV 스포츠는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다. GR은 토요타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약자다. GR이 붙었다는 것은 GR HV 스포츠가 평범한 하이브리드 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 눈에 봐도 고성능 차라는 인상이 폴폴 풍긴다. 좌우로 찢어져 호불호가 갈렸던 86의 헤드램프는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LED로 바뀌었고, '타르가' 방식의 루프는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GR HV 스포츠의 백미는 운전 재미를 높이기 위한 수동변속기다. 분명 센터페시아에 버튼식 자동변속기가 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렇다. GR HV 스포츠는 분명 자동변속기를 달고 있다. 대신 수동모드로 조작할 때는 흔하디 흔한 패들 시프터 대신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조작할 수 있는 기어봉이 마련됐다. 빨간 기어노브 커버에는 진짜 수동변속기와 같은 기어 표시가 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시동 버튼을 숨겨 두었다. 진정한 남자의 장난감이다.
차를 만들겠다는 야망, 야마하 크로스 허브
오토바이 제조사인 야마하가 선보인 콘셉트 카는 4인승 픽업트럭 '크로스 허브(Cross Hub)'다. 야마하는 지난 두 차례의 도쿄 모터쇼를 통해 오토바이에 그치지 않고 차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드러내 왔다. 크로스 허브는 야마하가 내놓은 세 번째 콘셉트 카다. 크지 않은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4명이 탈 수 있고, 오토바이 제조사답게 오토바이를 최대 2대까지 실을 수 있는 짐칸을 갖추고 있다. 야마하는 크로스 허브를 비롯해 2015년 공개한 '스포츠 라이드 콘셉트'를 양산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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