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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수소차 시대 준비하는 독일, 그리고 벤츠

by 유광재오일 201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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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주인공 중 하나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GLC F-셀(CELL) EQ 파워다. 수소연료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짝지은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4.4㎏의 수소로 최대 500㎞를 달릴 수 있는 게 특징(NEDC 기준). 전기차 모드에선 최대 49㎞까지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의 에디슨 전력연구소는 “현재의 소비 추세로 간다면 2040년경엔 석유가 고갈한다”고 전망한다. 수소는 그 대안으로 떠로은 대세다. 원자력처럼 위험하지 않고 풍력이나 태양열처럼 제한적이지도 않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처럼 수소 에너지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 전 세계적인 ‘에너지 민주화’가 가능하다. 궁극적으론 세계 권력구조까지 변화할 수 있다(참고문헌 :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저서 《수소경제 The Hydrogen Economy》)

물론 단점도 있다. 극저온(영하 253°)로 저장해야 하는 등 보관이 까다롭다. 그러나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흔한 자원이다. 고갈 걱정 없는 ‘무한 에너지’다. 자동차 연료로 쓰면 퀴퀴한 배출가스도 뿜지 않는다. 그래서 대기 오염이 극심한 도심에 꼭 필요하다. 게다가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긴 충전 시간’을 해결할 수 있다. 약 3~5분이면 연료탱크를 가득 채운다.




물론, 다임러가 기술 개발에만 몫을 맨 건 아니다. 충전소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충전소를 늘릴 수도 없다. 건축 비용도 부담이다. 그래서 다임러는 독일 정부와 쉘(Shell), 린데(Linde)와 머리를 맞댔다. 2018년까지 총 10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짓는 게 목표다.

지난 8월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 진델핑엔(Sindelfingen)과 포르츠하임(Pforzheim)에 충전소를 지었다. 이들 충전소는 각각 교통 요충지인 A8, A81 고속도로에 자리했다. 하루에 충전할 수 있는 대수는 약 40여대. 독일 연방정부의 두둑한 지원사격도 있었다. 약 180만 유로(한화 약 24억 원)를 보탰다.

특히 진델핑엔 충전소는 다임러 연구개발센터와도 가깝다.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묘수다. 또한, 바덴뷔르템베르크는 총 9개의 수소충전소를 가진 수소에너지 선도 지역으로 거듭났다.




이번 달은 독일 브레멘(Bremen) 차례. 지역 내 첫 번째 수소 충전소를 열었다. 브레멘 교통 거점인 제발츠브뤽(Sebaldsbrück) 고속도로와 브레멘 인터체인지 근방에 자리했다. 독일 연방 교통부와 교통 디지털 인프라부(BMVI)가 국가 혁신 프로그램(National Innovation Program)을 통해 약 90만 유로(한화 약 12억 원)를 투자했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브레멘 공장과도 가깝다. GLC F-셀 EQ 파워의 생산 거점이다.

이로써 독일 내 수소 충전소는 총 33개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브레멘-함부르크(Hamburg)-노스 라인(North Rhine)-베스트팔렌(Westphalia) 간 수소 충전 네트워크에 방점을 찍었다.

“독일에게 배워라”




현대자동차에겐 FE가 있다.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 투싼 퓨얼-셀의 후속작이다. 수소와 공기공급기(컴프레서)에서 전달 받은 산소를 연료전지에 보내 전기를 생산하고, 모터를 돌려 달린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80㎞ 이상 달릴 수 있고 유럽 기준으론 800㎞ 이상도 가능하다.

전기화학적 반응을 하는 연료전지는 추운 지방에서 시동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FE는 영하 30°에서도 끄떡없다. 또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다양하게 심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뿐 아니라 스마트키 원격 주차 시스템도 챙겼다.




문제는 충전소 부족이다. 우리나라엔 울산과 창원, 광주, 충남 등 총 10개의 충전소가 자리했다. 울산광역시에선 작년 12월부터 수소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광주광역시에선 올 3월부터 카쉐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100곳이 넘는 충전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충전소 개수가 부족하다고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시‧도별 한 개씩 자리한 지금의 방식보다, 독일처럼 교통 거점을 중심으로 서로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빚어야 한다. 또한, 제조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기타 부품 업체들의 지원사격도 필요하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다임러,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