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판매 부진은 비싼 가격과 크고 저렴한 대형 SUV 모델의 부재 때문이라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는 “한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떠오르는 별이었던 현대차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빛을 잃었다”면서 원인을 분석하는 장문의 기사를 5일(현지시간) 자로 내보냈다.
매체는 중국과 미국의 현대차 관계자 10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현대차의 부진한 현재 상황과 원인, 향후 전망 등을 보도했다.
먼저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충칭시 현대차 전시장 관리자의 말을 빌려 “매장을 찾는 고객이 없다”면서 더 크고 저렴한 SUV 모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리자는 “25%나 할인해도 한 달에 겨우 100대 정도 판매하고 있다. 바로 옆 닛산 대리점은 400대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 실적이 좋지 않다. 닛산은 수십 명의 고객을 확보했지만, 우리는 단 2명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충칭 전시장에서 1시간 거리에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10억 달러 규모의 현대차 충칭공장이 있다. 공장은 연간 30만 대를 생산을 목표로 지어졌지만, 판매 부진으로 현재 3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인기 있는 신형 모델을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으면서 초기에 중국에서 성공했지만, 이후 저가형은 지리와 BYD와 같은 중국 경쟁사에, 프리미엄 시장은 외국 경쟁사에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매출 합계로 GM과 폴크스바겐에 이어 중국 내 3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9위까지 떨어졌으며,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10%에서 작년에 4%까지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두 번째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 %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체는 현대차의 부진을 ‘잘못된 제품과 비싼 가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강력한 SUV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것도 부진의 한 이유다. 지난해 미국 현대차 판매 모델 중 SUV 비중은 36%로 GM의 76%, 업계 평균인 63%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세단에 너무 집중했으며, 트럭과 더 많은 SUV 제품을 원하는 미국 직원들이 관리자를 설득하기 매우 힘들었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는 “(현대차가) 그동안 방심했다. 시장이 빠르게 대형차 위주로 전환했다”라고 인정했다.
“우리는 2020년 출시될 픽업트럭을 포함해 다수의 새로운 SUV가 느리지만 꾸준한 판매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차세대 모델의 디자인 개량을 위해 디자이너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2011년에 이룬 5.1% 시장 점유율로 복귀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미국 현대차 직원들은 부진의 원인 중 하나인 쏘나타에 대해 “디자인 실패와 높은 가격 때문에 안 팔린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4년 전 스포티한 곡선의 독특한 디자인 특징을 되돌려 놓기로 결정하면서 주력인 쏘나타 세단에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2014년 20여 명의 딜러들과 함께 서울 본사에서 새로운 쏘나타를 처음 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이다. 디자인이 너무 보수적이고 평범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때부터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미국 현대차 딜러 스콧 핑크)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2007년 쏘나타는 토요타의 캠리에 비해 10%가량 저렴했지만, 2014년엔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미국에서 약 20만 대의 쏘나타를 판매했지만, 지난해엔 13만 1803대에 그쳤다.
SUV 전략도 잘못됐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충칭의 현대차 전시장 4곳의 딜러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에 출시된 소형 SUV 코나 기반의 신형 엔시노(Encino)는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시장을 위해 더 크고 고급스러운 뒷좌석을 추가하는 등 구매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디자인을 조정한다. 우리는 엔시노를 판매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더 크고, 저렴하며, 예쁜 자동차를 선호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연간 6만 대의 엔시노 생산을 목표했지만, 지난 4월 출시 후 6개월간 6000대 판매에 그쳤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지난 7월 중국의 영업책임자를 교체하고 8월엔 중국 제품 개선사업부를 설립했지만, 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버지의 유산
로이터는 지난 2년간 주요 내부 회의에 불참한 정몽구 회장을 계승할 정의선 부회장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정몽구 회장은 제품 품질을 대폭 개선하고 국내외 생산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현대차를 메이저리그로 진출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 시절 현대차는 철판부터 엔진 및 변속기와 같은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체 제작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서 신생 기업에 투자하고, 외부인을 고용하고, 다른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로이터는 현대차의 연구 개발 투자가 경쟁사에 비해 적었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의 R&D 투자 비중은 2.6%로 폭스바겐 6.7%, 도요타 3.8%, BYD 3.6%와 비교해 뒤처졌다.
매체는 이어 정의선 부회장이 초기에 몇 차례의 좌절을 경험했다고도 했다.
“그는 2011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발표했지만, 올해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10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9281대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로이터는 GM코리아의 전 CEO 닉 라일리(Nick Reilly)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확실하게 상승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 근접하지 못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3분기 현대차의 순이익은 68% 급락하고, 1~9월 영업 이익률 또한 2.7%로 하락했다. 2011년 현대차 영업 이익률은 독일 BMW 이후 업계 최고 수준인 10.3%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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