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이 싸지고 있다. 백금은 디젤 엔진 촉매에 주로 쓰는 금속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전체 수요의 40% 가량을 촉매가 차지한다. 디젤차 판매에 따른 영향을 받기 쉬운 상태다. 그런데 디젤차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판매율 감소, 통행 금지안 등이 발목을 잡는다. 디젤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브랜드도 있다. 따라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을 점칠 수 있다.
캐나다 금속 거래 회사 킷코(KITCO)의 백금 거래가 자료를 찾아봤다. 기준은 1온스(Ounce, 28.349523125g) 2000년 4월 460달러(약 49만 7900원), 2004년 4월 920달러(약 99만 5,900원), 2008년 4월 2,050달러(약 222만 8,800원)로 4년마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최고점은 2008년 6월의 2,170달러(약 234만 9000원).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10월에는 819달러(약 88만 6,500원)로 주저앉았다.
약 4년 뒤인 2012년 4월에는 1,590(172만 1100원)달러로 회복했다. 하지만 2016년 4월에는 1,000달러(108만 2,500원)로 내려왔다. 기사 작성일 직전인 2018년 5월 20일 매매가는 880달러(약 952만 6,000원). 현재 백금 가격은 전년 대비 4.85%, 5년 전 대비 38.43%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 가격 상승과 하락의 움직임을 보면 디젤차의 인기가 오르내리는 시점과 비슷해 보인다.
물론 가격 변동 요인은 다양하다. 킷코에 따르면 주요 산지인 남아공의 광산 파업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빠르게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백금이 금보다 비쌌던 이유다. 하지만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원인인 디젤차의 판매량 변화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디젤차는 위기다. 계속 디젤차를 팔 수 있으리라 바라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행정법원은 디젤차의 도심 주행 금지를 허용했다. 각 도시별 대응은 다를 수 있다. 라이프치히 행정법원은 유로 5 적용 모델은 2019년 9월 1일 이전까지 주행 금지 대상에 올리지 못하도록 했지만, 디젤차 소유주라면 신경 쓰일 뉴스다.
유럽 시장의 경우 디젤차의 판매 비율이 계속 줄고 있다. ACEA(유럽 자동차 제조사 협회)의 서유럽 신차 등록자료를 보면 디젤차의 비율은 2015년 51.6%에서 2017년 44.4%로 줄었다. 또한 토요타, 닛산, 볼보, 르노 등은 차세대 디젤 엔진을 개발하기보다는 전기모터 얹은 전동화(Electrification) 모델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백금 가격의 하락은 촉매 재질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솔린 엔진에 다는 촉매는 팔라듐을 사용한다. 그런데 점차 비싸지고 있는 팔라듐 대신 지금 싸게 구할 수 있는 백금을 이용해 촉매를 만들면 가격 인상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팔라듐에서 백금으로 소재를 바꿀 때 필요한 비용과, 백금 가격이 얼마나 낮게 유지될지 따져볼 문제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editor@gmail.com)
사진 킷코, 픽스히어, J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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