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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포드 듀라텍 엔진

by 유광재오일 201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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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열 여덟 번째 이야기는 포드의 엔진을 다룬다. 이 엔진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포드의 승용차용 V6 엔진의 주역이었으며 포드의 전성기를 함께 한 엔진이다. 이 엔진의 이름은 듀라텍(Duratec) 엔진이다.


포드 몬데오부터 애스턴 마틴 V12까지

포드 듀라텍 엔진은 90년대 초에 포드가 개발한 V형 6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포드의 ‘월드 카(World Car)’ 프로젝트의 산물인 포드 몬데오(Mondeo)에 처음으로 적용되며 자동차 세계에 등판했다. 이 엔진은 86년도부터 사용해 온 3.0리터 벌칸(Vulcan)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포드 듀라텍 엔진은 실린더 블록과 헤드가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V형 6기통 엔진이며, DOHC 밸브트레인과 시퀀셜 방식의 멀티포트 분사 방식을 채용한 엔진이다. 배기량은 사양에 따라 2.5리터(2,498cc), 2.5리터(2,544cc), 3.0리터(2,967cc)의 세 가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세 가지 배기량의 듀라텍 엔진은 79.5mm의 스트로크(행정 길이)를 공유하며 81.6mm 이상의 서로 다른 보어(실린더 내경)을 가진다. 뱅크각은 60도이며, 10.0:1의 압축비를 갖는다.



 


 

초대 포드 몬데오에 탑재되었던 듀라텍 엔진은 배기량 2.5리터(2,544cc) 사양의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미국에서 1994년, ‘듀라텍 25’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며, 데뷔 첫 해부터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Ward's 10 Best Engines)’의 리스트에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몬데오에 탑재된 듀라텍 25 엔진은 177마력/6,250rpm의 최고출력과 22.4kg.m/4,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2,498cc 사양의 듀라텍 25 엔진은 포드 산하의 머큐리 쿠거에 사용되었으며, 동일한 출력과 토크를 발휘했다.


2.5리터 사양의 듀라텍 엔진은 포드의 고성능 디비전, SVT의 손을 거친 버전도 존재했다. SVT의 손길을 거친 2.5 듀라텍 엔진은 195마력의 최고출력과 2.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 엔진은 포드 몬데오의 미국시장용 모델인 컨투어(Contour)의 SVT 버전에 탑재되었다.



 

3.0리터 사양의 듀라텍 엔진은 1996년, 머큐리 세이블과 포드 토러스가 사용했던 3.8리터 에식스 엔진을 대체하는 엔진으로 등장했다. 이 사양은 포드 듀라텍 엔진 중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오래 사용된 사양으로, 포드 산하에 있었던 수많은 브랜드들의 차에 채용되었다. 최고출력은 탑재 차종에 따라 200마력~240마력까지 존재했다. 3.0리터 듀라텍 엔진은 DAMB와 RFF의 두 가지 사양으로 제작되었다.


DAMB 3.0 듀라텍 엔진은 즉응형 기계식 버켓(Direct-Acting Mechanical Bucket)형 태핏(캠 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기구)을 채용한 사양으로, 재규어 차종을 위한 버전이다. 이 사양의 듀라텍 엔진은 재규어 AJ30이라는 이름과 함께 재규어 X타입에 채용되었다. 232마력/6,750rpm의 최고출력과 30.5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RFF 3.0 듀라텍 엔진은 DAMB 태핏 대신 내부 마찰을 크게 줄인 롤러 핑거 팔로워(Roller Finger Follower)를 채용한 사양이다. 이 사양의 듀라텍 엔진은 포드의 토러스를 위시한 미국 시장용 차량에 주로 탑재되었다. 이 사양의 듀라텍 엔진은 201마력/5,900rpm의 최고출력과 28.6kg.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 엔진을 사용한 차종으로는 포드의 토러스(Taurus), 이스케이프(Escape), 파이브 헌드레드(Five Hundred), 프리스타일(Freestyle) 등이 있으며, 머큐리 브랜드의 차종으로는 세이블(Sable), 마리너(Mariner), 몬테고(Montego) 등이 존재한다. 또한, 포드 이스케이프와 머큐리 마리너의 형제차인 마쯔다 트리뷰트 등에도 사용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3.0 듀라텍 엔진은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Variable Valve Timing, VVT)를 전격 채용했다. 2006년에 등장한 신형의 듀라텍 엔진은 RFF 버전을 기반으로 VVT를 채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비해 10%가량 향상된 221마력/6,250rpm의 최고출력과 30.8kg.m/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 엔진은 2006년형의 포드 퓨전(Fusion)과 머큐리 밀란(Milan), 그리고 링컨 제퍼(Zephyr, 現 링컨 MKZ의 전신)에 탑재되었다.


포드 듀라텍 엔진은 탄탄한 기본 설계 덕분에 다른 형태로도 변형되어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포드 토러스 SHO의 3.4리터 V8 엔진을 들 수 있다. 이 엔진은 2.5리터 듀라텍 엔진에 실린더를 두 개 더 추가하여 V8으로 만든 엔진으로, 1996년, 포드 토러스의 고성능 모델인 토러스 SHO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이 엔진은 2.5 듀라텍 엔진과 동일한 보어와 스트로크를 가지지만, 듀라텍이라는 이름 대신, SHO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235마력/6,100rpm의 최고출력과 31.7kg.m/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듀라텍 엔진의 또 다른 변형으로는 애스턴 마틴의 5.9리터 V12 엔진이다. 이 엔진은 3.0리터 듀라텍 엔진을 세로로 이어 붙인 형태로 만들어진 V12 엔진이다. 이 엔진은 포드와 코즈워스(Cosworth)가 공동으로 설계한 RFF를 탑재하고 있으며, 사양에 따라 420마력~565마력의 성능을 냈다. 또한, 재규어 버전에 사용되었던 DAMB 태핏을 적용하고 배기량을 7.3리터까지 키워 75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뿜어내는 one-77의 엔진 V12 엔진도 그 바탕은 듀라텍 엔진이다. 듀라텍 엔진 기반의 애스턴 마틴 5.9리터 V12 엔진은 DB7, DB9, DBS, V12 밴티지, V12 뱅퀴시 등, 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애스턴 마틴 모델들에 두루 적용되었다.


포드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듀라텍 엔진은 2012년경에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었고 그 변형에 해당하는 엔진 역시 대부분 현역에서 퇴장하고 있다. 듀라텍 엔진이 차지하고 있었던 2.5~3.0리터급 가솔린 엔진의 빈 자리는 포드의 다운사이징 엔진인 에코부스트 엔진들이 대체하고 있고, 6기통 엔진의 빈 자리는 2006년도부터 도입하고 있었던 최신형 엔진인 포드 사이클론(Cyclone) 엔진들이 대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트랜짓(Transit) 등의 상용차를 위한 엔진으로서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