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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엠블럼으로 읽는 브랜드 역사

by 유광재오일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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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때 해외에서 현대차 엠블럼을 놓고 이런 농담이 돌았다고 한다. “현대? 혼다 엠블럼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만 돌리면 돼.” 물론 그렇게 만들진 않았다. 바깥의 둥근 원은 세계(지구), 안쪽의 기울어진 ‘H’는 좌우 사람이 손잡은 모습을 뜻한다. 노사의 화합, 고객과 기업의 신뢰를 담았다고 한다. 1967년 태어난 국내 최대, 세계 5위권 자동차 그룹이다.

기아

기아차의 엠블럼은 직설적이다. 현대차와 같은 타원형 안에 영문명인 ‘KIA’ 세 글자를 또박또박 새겼다. 서로의 엠블럼을 쉽게 바꿔 붙이기 위한 묘안이다. 한때 카렌스 등에 ‘K’만 크게 새긴 엠블럼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없앴다. 기아차의 뿌리는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 1998년 현대그룹에 인수되었고, 2000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었다.

쉐보레


쉐보레는 1911년 GM 창업자인 윌리엄 C. 듀런트와 당시 유명 카레이서였던 루이스 조셉 쉐보레가 함께 만든 브랜드다. 쉐보레의 엠블럼은 나비넥타이(보타이). 1913년 도입 이후 변화를 줘가며 쓰는 중이다. 창업자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호텔방 벽지 무늬에서 착안해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엠블럼은 2013년 쉐보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

쌍용

쌍용차의 엠블럼은 3개의 원(Circle)을 하나의 고리로 묶었다. ① 고객만족 ② 최고품질 ③ 화합전진을 상징한다. 체어맨 W엔 ‘W’를 날개 비슷하게 변형한 전용 엠블럼을 쓴다. 또한, 코란도 C 역시 체어맨 W완 다르되 날개 비슷한 모양의 엠블럼을 쓴다. 현재 쌍용차는 새 엠블럼을 준비 중이다. 쌍용차는 1954년 설립된 하동환 자동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르노삼성


르노삼성의 엠블럼은 ‘태풍의 눈’을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상하좌우의 대칭적 구조는 안전성과 신뢰를 상징한다. 르노삼성 자동차의 전신은 삼성자동차. 1994년 상용차를 먼저 출시했고, 1995년 3월 승용차 사업에 나섰다. 1998년 3월, SM5를 선보였다. 2000년 4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했고, 같은 해 9월 르노삼성자동차가 태어났다.

닛산

닛산은 모태가 됐던 회사 일본산업(日本産業)의 줄임말이다. 닛산은 1933년 DAT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닛산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닛산의 엠블럼은 원 가운데를 영문 글자가 가로지르는 형태다. ‘파워는 안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미국인들 가운덴 닛산 로고를 보고 햄버거를 떠올리는 이도 꽤 많다고.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의 상징은 황소다. 창업자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태어난 날이 별자리 기준으로 황소좌인데서 비롯됐다. 페루초는 당시 트랙터를 만들어 팔아 크게 성공한 사업가였다. 자신이 소유한 페라리의 불량을 항의하다 면박당한 뒤 화가 나 1963년 직접 스포츠카 회사를 차렸다. 이후 여러 차례 오너가 바뀐 끝에 1998년 아우디 소속으로 거듭났다.

랜드로버


랜드로버의 엠블럼은 싱그러운 초록색 바탕이다. 막강한 험로 주파성능으로 대자연을 누비는 랜드로버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 랜드로버는 1948년 영국 로버의 사륜구동차로 시작했다. 처음엔 농기계를 대체할 다목적차로 나왔는데, 고급차 수요에 눈을 뜨면서 호화 SUV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쳤다. BMW와 포드를 거쳐 현재는 인도 타타자동차 소속이다.

렉서스

대부분 자동차 브랜드는 우연과 필연이 엮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반면 렉서스는 시작부터 철저한 조사와 기획으로 태어난 경우다. 1989년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로 미국에서 출범했다. 탁월한 정숙성으로 독일차의 허를 찔렀다. 렉서스 엠블럼은 영문 첫 글자인 ‘L’을 모티프 삼아 디자인했다. 서체부터 글씨를 에워싼 타원의 곡률까지 세심한 고민의 결실이다.

링컨

헨리 릴런드가 1917년 만든 브랜드다. 회사 이름은 누구나 짐작하듯 링컨 대통령에서 따 왔다. 릴런드가 처음 투표권 행사했던 1880년 대통령 선거의 당선인이었다. 링컨은 항공기 엔진을 만들다 고급차 제조사로 돌아섰다. 1922년 포드가 인수했다. 링컨 엠블럼에 얽힌 사연은 따로 전해지는 게 없다. 참고로 헨리 릴런드는 링컨에 앞서 캐딜락을 창업했다.

마세라티


마세라티는 1914년 알피에리를 비롯한 4형제가 이태리 볼로냐에서 세운 자동차 업체다. 이들 형제의 성이 마세라티였다. 창업 초기 마세라티는 경주차만 만들었다. 그러나 1950년대 레이싱에서 손을 떼고 일반 판매용 자동차 개발에 ‘올인’한다. 한때 프랑스의 시트로엥 소속이었고, 지금은 피아트 그룹의 일원이다. 엠블럼은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형상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벤츠의 모기업은 다임러 그룹이다. 1900년 고틀립 다임러가 설립한 회사가 뿌리다. 1926년 다임러는 카를 벤츠가 세운 ‘벤츠&씨에’와 합쳐 다임러-벤츠로 거듭났다. 이 회사가 만든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로 팔았다. 메르세데스는 스페인어로 ‘우아함’이란 뜻. 벤츠의 엠블럼은 세 꼭지별이다. 엔진으로 하늘과 땅, 바다를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미니


1950년대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봉쇄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바로 이때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개발된 차가 미니였다. 1959년 데뷔해 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미니는 1994년 BMW 품에 안겼다. 2001년엔 BMW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니가 태어났다. 현재의 미니는 3세대다. 엠블럼의 날개는 속도와 자유, 은색은 정교함을 상징한다.

벤틀리


1919년 월터 오웬 벤틀리가 영국에서 창업했다. 창업 초기 자동차 경주에서 이름을 알렸다. 1931년 롤스로이스가 인수했다. 이후 정체성 잃은 채 연명하다 1998년 폭스바겐 손에 넘어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엠블럼은 알파벳 ‘B’를 몸통 삼아 날개를 펼친 ‘플라잉 B’. 그런데 자세히 보면 좌우 깃털 개수가 다르다. ‘짝퉁’의 허를 찌르기 위한 반전이다.

BMW

BMW는 ‘바이에른 지방 자동차 회사’를 뜻하는 독일어의 이니셜이다. 1916년 프란츠 요세프 포프가 창업했다. 시작은 항공기 엔진 회사였다. 1923년 모터사이클, 1926년 자동차 만들기에 나섰다. BMW의 엠블럼은 4등분한 원 주위를 검은 띠로 두른 형태. 가운데 원은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형상화했고, 파랑과 흰색은 바이에른주를 상징하는 색이다.

시트로엥

시트로엥은 원래 톱니바퀴 만들던 회사였다. 시트로엥은 소음을 줄이되 효율은 높이기 위해 톱니에 갈매기 날개처럼 생긴 무늬를 새겼다. 지금의 엠블럼이 바로 이 톱니 모양에서 비롯됐다. 시트로엥은 1916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8년 만에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지금은 푸조와 함께 PSA 그룹 소속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아우디


아우디의 뿌리는 아우구스트 호르히가 1899년 세운 ‘호르히&씨에’다. 그러나 동업자와의 불화로 호르히는 다시 회사를 차린다. 호르히의 라틴어 어원인 아우디를 회사명으로 삼았다. 1932년 아우디와 호르히, 반더러, 데카베가 하나로 합쳐 ‘아우토 우니온’으로 거듭났다. 아우디의 엠블럼인 네 개의 원은 이때부터 시작된 전통이다.

인피니티


인피니티는 닛산이 1989년 미국에서 출범한 고급차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무한’이라는 뜻의 영어 ‘Infinity’를 ‘Infiniti’로 바꿔 썼다. 엠블럼 역시 ‘무한’을 뜻하는 기호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인피니티는 강렬한 성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현재 브랜드의 슬로건도 ‘영감을 주는 성능’이다. 정숙성으로 이름 알린 렉서스와 대조적이다.

재규어


재규어의 모태는 1922년 윌리엄 라이온즈가 윌리엄 웜슬리와 함께 영국에서 세운 스왈로우 사이드카였다. 모터사이클 옆에 매다는 보조석을 만들었다. 회사 이름의 이니셜을 딴 SS를 브랜드로 내걸었다. 그러나 나치친위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1935년 재규어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엠블럼은 이름 그대로다. 고양잇과 맹수인 재규어를 테마로 삼았다.

캐딜락


헨리 릴런드가 1902년 설립한 미국의 고급차 브랜드. GM 소속이다. 브랜드명은 1701년 미국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프랑스 귀족의 성에서 따왔다. 프랑스식 발음은 ‘까디약’이다. 방패 같은 모양의 엠블럼 또한 십자군 원정에서 공을 세운 이 프랑스 귀족 가문의 문장을 다듬어 완성했다. 최근 엠블럼을 좌우로 넓적하게 넓혔다.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토요타

폭스바겐과 더불어 지난해 1천만 대 이상의 차를 생산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1933년 도요다 기이치로가 아버지의 방직기 회사에서 차린 자동차 사업부가 그 뿌리다. 엠블럼은 알파벳 ‘T’를 길쭉한 타원의 형태로 표현하고, 주위에 다시 한 번 둥그런 테두리를 씌웠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타원은 고객과의 신뢰를 뜻한다.

포드


자동차 대량생산과 대중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브랜드. 헨리 포드가 1903년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창업했다. 포드는 1908년 모델 T로 자동차 보급의 물꼬를 텄다. 이 차의 가격은 825달러. 2천 달러를 웃돌았던 당시 다른 자동차보다 월등히 저렴했다. 비결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활용한 대량생산이었다. 엠블럼은 흰 토끼가 달려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포르쉐

포르쉐의 시작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193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세운 자동차 설계회사다. 히틀러의 의뢰로 오늘날 비틀로 알려진 국민차를 개발했다. 2차 대전 이후 전범 협조 혐의로 옥살이를 한 뒤 아들 페리 포르쉐와 함께 스포츠카 만들기에 나섰다. 포르쉐의 엠블럼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지배했던 뷔르텐베르크 왕국의 문장에서 비롯됐다.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1937년 독일 나치가 국민차를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 독일어로 폭스바겐이 국민차란 뜻. 2차 대전이 끝난 뒤 한동안 영국군이 운영을 맡았다. 이후 미국에서 비틀이 인기를 끌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은 아우디, 벤틀리 등 승용과 상용, 모터사이클을 아우르는 13개 브랜드를 거느렸다. 엠블럼은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푸조


푸조는 1810년 가족 기업으로 출발했다. 주방기구로 유명했다. 지금도 유럽 식당 테이블의 후추통을 뒤집어 보면 대부분 푸조 이름이 새겨져 있다. 푸조는 1889년 세 바퀴 차를 만들면서 자동차 제조에 뛰어 들었다. 엠블럼은 푸조 공장이 자리한 프랑스 벨포르시의 상징 동물인 사자를 형상화해 쓴다. 사자 엠블럼의 모양은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혼다

혼다자동차의 뿌리는 혼다 소이치로가 1946년 세운 혼다기술연구소다. 자전거에 엔진을 단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1948년 회사 이름을 지금의 혼다기연공업으로 바꿨다. 1963년엔 스포츠카 S360을 선보이면서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 엠블럼은 혼다의 영문 첫 글자인 ‘H’를 이용해 디자인했다.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글 김기범 편집장

사진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