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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현대차 창업주가 가장 아꼈던 차, 현대 다이너스티

by 유광재오일 2017.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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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는 브랜드를 프리미엄화 시켜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엠블럼을 새겨 넣는 것은 단순한 시도가 아닌 큰 각오를 통해야만 한다. 렉서스의 사례처럼 최근 현대차는 제네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출범시켜 차근차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켜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먼저 렉서스의 성공에서 큰 영감을 얻어 새로운 엠블럼을 단 고급 세단을 출시한 적이 있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다이너스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이너스티는 현대자동차에서 1996년 출시해 2005년까지 생산한 전륜구동 대형 세단이다. 현대차의 기함급 모델이었던 뉴 그랜저의 고급화 방안으로 탄생된 이 차량은 처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다. 뉴 그랜저의 원형인 미쓰비시의 데보네어 2 150 모델을 그랜저의 리무진 모델로 탄생시킬 계획을 먼저 세웠으나 중도에 작전을 바꾼 것이다.

상, 하 각각 그랜저와 다이너스티

뉴 그랜저 모델 차체에 보닛, 라디에이터 그릴, 트렁크 모양을 페이스리프트 하여 변형시켰다. 그리고 흡차음재를 대폭 보강하여 소음을 최소화 하도록 고급스러운 세팅을 감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독자적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다이너스티가 탄생된다.

다이너스티는 대형 차량인데다가 1세대 그랜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으로 중년 이상의 중상류층 고객들에게 사랑받았다. 당시 국산 고급차인 그랜저의 후속이라는 점 때문에 중견기업 사장이나 법조인 등 체면을 중시하는 직종에서 인기가 많았다. 더군다나 서스펜션이 하드하게 세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고급차에 대한 중요 요건중 하나인 안락한 승차감이라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담으로 다이너스티를 타던 어르신들이 요즘 차량을 타시면 더러 승차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럽차나 요즘 차들이 상대적으로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세팅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이너스티는 고 정주영 회장의 마지막 차이기도 했다. 1999년에 에쿠스가 출시되었지만, 정주영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다이너스티를 타고 다녔다.

그러나 다이너스티의 중고차량 가격은 처참하다. 실제로 상당히 상태가 좋은 차량마저도 100만 원대에 거래되었다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는 아래 등급으로 분류되는 뉴 그랜저 LX 보다도 저렴한 현상이 발생했다. 다이너스티와 같은 대형 차의 중고 가격이 심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유지비의 차이가 가장 크다. 세금과 연비가 많은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6기통의 정비 비용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다이너스티는 중고시장에서 감가상각이 큰 고배기량 대형 세단이어서 쓴맛을 보고 있지만, 출시 당시에는 기업 사장님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잡은 현대차의 플래그십 다운 면모를 보여준 차량이다. 

대우자동차의 기함급 모델인 아카디아에 경쟁하기 위해 제작했던 뉴 그랜저 V6 3.5모델은 다이너스티의 탄생으로 단종됐다. V6 2.5L, 3L, 3.5L 3가지 모델이 출시되었다가 1999년 에쿠스의 출시 이후에는 2.5L와 3L 모델만 상용차로 생산했다. 개인 주문을 통해서만 제작했던 리무진 모델도 있는데 이 모델은 대한민국 대형 차에서는 보기 힘든 라인업이었다. 동시대에 나온 엔터프라이즈, 체어맨 등과 2005년까지 경쟁구도를 이루다가 단종됐다. 단종 후 현대차 내에서 다이너스티의 핏줄은 아슬란으로 이어진다.

한편,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켜 G80과 EQ900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자연스레 현대차에서는 아슬란이 플래그십 모델로 올라셨지만, 판매량 등의 결과는 신통치 않아 단종설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이너스티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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