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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한국 재진출에도 쓴 맛보고 끝난 수입차

by 유광재오일 201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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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패를 무릅쓰고 재진출한 수입차 브랜드와 일부 제품이 또 다시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단종되거나 단종 위기를 맞았다. 대체로 첫 출시에서 과오를 개선하지 못하고 비슷한 컨셉트와 가격 정책을 유지한 것이 실패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소비자 취향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혼다 레전드
 레전드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다 4년만인 2015년 2월 다시 발을 디뎠다. 북미에서 어큐라 RLX로 인기 고급차의 명성이 있지만 당시 국내에는 혼다 엠블럼으로 교체돼 이전과 같이 레전드란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2016년 또 다시 시 판매가 중단됐다. 판매 대수도 1년간 128대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수입차 업계는 '애매한 고급차 브랜딩 전략'을 패착으로 꼽는다. 국내 소비자는 '어큐라' 브랜드를 원했지만 미국 이외 지역은 어큐라 브랜드를 쓰지 않는다는 본사 방침에 따라 '혼다'를 사용한 데다 가격도 6,000만원 중반대로 설정, 경쟁 선상의 독일차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에 달했던 것. 브랜드 측면에선 '합리적인 고급'을 주장하면서도 가격은 '절대적 고급'을 추구했던 셈이다. 결국 브랜드와 가격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피아트
 피아트는 2013년 한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1998년 수입사인 한보가 경영악화로 철수한 뒤 16년만이다. 친퀘첸토(500)의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수입 소형차 미니(MINI)와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하지만 출시 첫 해 507대에 그치며 미니 판매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듬해 1,000만원 이상의 할인으로 1,163대를 판매했고 2015년엔 615대, 2016년은 658대로 마감했다. 그리고 올 7월 4대, 8월 3대, 9월 0대로 사실상 판매가 마무리됐다.  

 업계는 '예상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피아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1만 달러에 판매되는 소형차 친퀘첸토를 국내 시장에 최고 3,300만원에 판매했다. 생각보다 판매가 부진하자 출시 5개월 만에 500만원, 이어 몇 달 뒤 1,100만원 이상의 파격 할인에 돌입했다. 이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뿐 아니라 잠재 소비자들에게도 실망과 불신을 안기는 조치로 이해되며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 뒤늦게 신형을 내놓으며 가격을 인하했지만 회복엔 실패했다.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FCA코리아는 판매가 저조한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영업을 접고 지프 판매에만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는 2012년 말 판매를 중단했다가 2014년 재출시를 선언했다. 당시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 등이 꾸준히 미니밴 시장을 키운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2014년 재출시 이후 월 평균 판매가 1대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사실 크라이슬러는 미니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특히 그랜드보이저는 지난 1984년 1세대부터 5세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은 대표 미니밴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경쟁 차종과 비교해 연식이 오래된 데다 가격이 비싸 대접을 못 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현재 판매되는 차종은 2008년에 나온 5세대로 약 10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격은 시에나보다 최대 800만원, 오딧세이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싸 경쟁력도 떨어진다.
 

 ▲시트로엥
 시트로엥은 삼환까뮈가 2002년까지 수입·판매하다 2012년부터 한불모터스가 공식 수입했다. 약 5년 간 국내 시장에 시트로엥과 고급 브랜드 DS 등을 도입, 올 9월까지 3,828대를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하지만 최근 DS 판매가 크게 줄었다. DS3는 1~9월 74대, DS4는 6대, DS5는 8대에 불과했다. 결국 DS4와 DS5는 지난 7월부터 판매가 '0'으로 집계됐다.

 이는 SUV 집중화 전략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푸조와 시트로엥, DS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불모터스는 해치백을 점차 정리하고 판매가 많은 SUV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 시트로엥과 전시장을 공유 중인 DS 브랜드는 내년부터 별도로 분리돼 고급화 작업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라인업의 재정비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수입차'라는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판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지금은 타깃과 브랜드, 제품 성격이 명확해야 한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