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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메이드 인 차이나' 된 볼보

by 유광재오일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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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 더 뉴 XC4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 더 뉴 S9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스웨덴 감성의 볼보가 중국으로 옮겨간다. 자동차 회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플래그십(기함)승용차가 그 대상이다.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회사 측은 품질에 문제가 없으며 판매에서도 이상 징후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이다. 가전제품을 비롯, 이미 상당 부분 국내 산업계에 중국산 제품이 판을 치고 있지만, 차량에서만큼은 방어적이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세 좋게 중국산 자동차를 수입했다 고배를 마신 업체도 있다. 볼보가 시장의 우려를 씻어내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볼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출고된 2019년형 S90은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S90은 스웨덴에서 들여와 판매했지만, 본사의 공장 이전 방침에 따라 전량 연식변경모델은 전량 중국에서 생산된다. 기존 판매된 S90 경유차는 이미 생산해놓은 제품들로, S90 휘발유차 역시 지난 4월 1대를 끝으로 새로 등록된 차량은 없었다.

볼보는 기존 경유차와 휘발유차 등 2개 엔진 제품으로 구성했던 S90의 휘발유차를 우선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기준 해당 모델의 휘발유차는 446대가 팔려나갔다. 월평균 37대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예약을 시작한 2019년형 S90의 8월 판매 성적표는 이를 웃돌 전망이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작년 기준 판매량과 비교해 이번 달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생산했다는 우려와 달리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산 차량 수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에 2014년 이후 4년 연속 2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인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볼보는 작년 차량 6604대를 팔아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했고, 올 들어 7월까지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5003대를 판매해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중국산 S90을 들여오겠다는 발표 이후인 7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12.1%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브랜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생산량이 워낙 많아 생산시설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음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볼보의 대주주인 지리차가 품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굵직한 M&A(인수합병)로 몸집을 키웠기 때문이다. 지리차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굴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리차는 작년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 프로톤홀딩스 지분 49.9%를 인수하고, 프로톤이 보유하고 있던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 지분 51%를 매입했다. 올해 초에는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지분을 9.69%를 사들여 1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특히 지리차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몸집을 키우면서도 볼보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중국산 자동차는 국내서 쓴 맛을 봤다. 작년 국내 자동차 시장 최초로 중국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들여온 중한자동차는 초기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당시 회사가 수입·판매한 SUV 켄보600은 지난해 321대가 판매됐다. 출시 초기 세운 판매 목표 3000대의 10%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2월과 3월 초기 물량 120대가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5월부터 판매가 급감했다. 중한자동차는 신원CK모터스로 간판을 바꿔 달고 중국산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재기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판매 초기 단계라 성패를 단정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볼보가 성공한다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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