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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쌍용자동차 코란도

by 유광재오일 2017.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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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쌍용자동차는 창업 이래 과거부터 현재까지 줄곧 SUV를 주력으로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근래에는 소형 SUV 모델, ‘티볼리’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지금도 SUV에 특화된 제조사로 통하고 있다.



 

이렇게 쌍용자동차가 SUV 전문 제조사로서 인식될 수 있게 된 데에는 그들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 최초의 SUV, ‘코란도(Korando)’ 덕분이다. 코란도는 1983년부터 쌍용차가 생산한 모델이자 브랜드다. 오늘날 쌍용자동차가 SUV 전문 제조사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이름이자, 쌍용자동차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인 셈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SUV, 코란도

쌍용 코란도는 1969년, 신진자동차가 생산한 미국의 민수용 지프(Civilian Jeep, CJ)인 ‘신진 지프’를 그 조상으로 한다. 이 차는 카이저(Kaiser) 사의 CJ-5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카이저 사의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생산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신진자동차의 인천 부평공장에서 먼저 생산되었다가 1970년도부터 부산 주례공장에서 생산되었다.



 

그리고 1974년, 신진 지프는 미국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와 5:5 합작 제휴를 통해 출범한 지프자동차공업에서 생산되었다. 이 때 만들어진 신진 지프는 AMC의 3.8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롱바디 모델도 만들어졌다. 롱바디 모델은 12명의 인원을 승차시킬 수 있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최초로 사용된 것은 거화 시절이었던 1982년부터였다. 지프자동차 시절, AMC의 지분철수로 말미암아 더 이상 지프 브랜드 명을 사용할 수 없었던 지프자동차가 다시 신진자동차를 거쳐 거화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명 부여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붙여진 것이었다. 코란도는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인은 할 수 있다``를 영역한 ``KORean cAN DO``에서 가져왔다.



 

코란도 브랜드는 1982년 9월에 열린 서울 국제무역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었다. 당시 박람회장에는 국내 676개 업체와 해외 40개국 262개 업체가 참가해 대 성황을 이루고 있었는데, 여기서 거화는 ‘KORANDO’ 마크를 웅장하게 부조한 7개의 대형 기둥을 아치형으로 배열하여 강한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군용 4대, 민수용 4대 등 총 8대의 ‘코란도’를 전시했다. 대한민국 SUV를 대표하는 이름이 처음으로 알려진 순간이었다.


이듬해인 1983년, 거화는 코란도 브랜드를 정식으로 론칭하고 판매에 나섰다. 사실 이는 신진자동차 시절부터 잇달아 출시되었던 기존 신진 지프의 개량형 모델들(수퍼스타, 패트롤, 훼미리 등)에 코란도의 이름만 부여한 것에 가까웠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시장에는 코란도라는 생소하고 새로운 이름보다는 기존의 신진지프라는 이름이 아직 유효했기에 코란도는 일종의 펫네임 내지는 서브 브랜드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에서 차명으로

1984년, 거화는 동아자동차에 인수된다. 그리고 동아자동차에 인수된 뒤로, 코란도는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당당한 차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85년, 기존 신진 지프에 한번 더 개량을 가한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아예 이름을 코란도로 명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부터 ‘지프’라는 이름은 지워지게 된다.



 

동아 코란도는 많은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엔진은 일본 이스즈 사의 2.2리터(2,238cc) 디젤 엔진과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다. 또한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군용차의 투박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현대적인 승용차에 맞게 개량을 가했다. 인테리어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군용차 특유의 철제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을 승용차용의 플라스틱 부품으로 변경하는 한 편, 외부에 돌출되어 있었던 와이퍼 구동부를 내측으로 옮기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 때부터 코란도는 군용차를 그대로 가져온 수준에 불과했던 기존 신진 지프와는 달리, 보다 민수용의 승용차량에 더 가까워졌다. 모델 라인업 역시 변화가 있었다. 판매가 부진한 픽업트럭 모델이나 12인승 모델은 단종시키고 5인승 숏바디와 9인승 롱바디로 정리했다.



 

그리고 1988년, 동아자동차가 쌍용그룹에 인수되어 쌍용자동차로 사명이 바뀌면서 코란도는 비로소 쌍용의 이름을 달고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데칼과 엠블럼 등의 디테일이 쌍용자동차의 요구에 맞게 수정되었다. 또한, 쌍용자동차는 코란도의 브랜드를 걸고 ‘코란도 훼미리’라는 스테이션 왜건형의 7인승 SUV를 내놓기도 했다.



 

93년에는 ‘이노베이션 코란도’라는 이름의 개량형 모델을 내놓았다. 이노베이션 코란도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 받아 왔던 인테리어를 또 한 번 대대적으로 개선을 가하여 민간용의 승용차량에 보다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1995년, 신진지프로부터 시작한 쌍용 코란도는 풀모델 체인지 없이 단일 모델로 26년간 생산된 국내 최장 생산 기간을 기록한 차로 남으며 시장에서 퇴장했다.


새로운 아이콘, 뉴 코란도

코란도가 퇴장한 이듬해인 1996년, 쌍용자동차는 정통 지프형 사륜구동 자동차의 스타일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뉴 코란도’를 내놓았다. 뉴 코란도는 199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96년부터 생산에 돌입했다.



 

뉴 코란도의 스타일은 당대에는 혁신적인 스타일로 통했다. 짧은 휠베이스와 정통파 지프의 스타일링 요소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스타일링으로 융합시킨 뉴 코란도의 스타일은 데뷔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여기에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대대적인 향상을 꾀하여 옛 코란도와 같은 투박함을 씻어 내고 한층 승용차에 가까워진 구성의 실내 디자인을 갖게 되었다.



 


 

뉴 코란도는 기본 설계를 무쏘와 공유하고 있었으며, 무쏘와 파워트레인을 공용했다. 뉴 코란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OM602 계열 2.9 리터 디젤 엔진은 물론, 2.3리터 디젤 엔진, 2.3리터 가솔린 엔진 등을 고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뉴 코란도는 이스타나에 이어 세 번째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을 사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보그워너 사의 5단 수동변속기와 호주 BTRA 사의 4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다.


뉴코란도는 정통파 지프 스타일 오프로더의 짧은 휠베이스와 높은 지상고, 큰 접근각과 이탈각, 그리고 무쏘의 든든한 프레임-온-바디 차체구조 덕분에 뛰어난 험로 주파 성능을 자랑했다. 데뷔 이전인 1995년에는 기아 레토나(K-131)와 함께 차세대 군 기동장비 사업에도 제안되었으나, 군이 레토나(K-131)를 채용하면서 낙방했다.


뉴 코란도는 5인승 좌석 배치의 3도어 모델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승객석 뒤쪽을 들어 내고 소프트톱을 설치한 소프트톱 모델이 존재하였으며, 세제 혜택을 노리고 만들어진 2인승 승용 밴 모델이 존재했다. 이 승용 밴 모델의 존재는 코란도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젊은 층의 인기를 크게 끌었다. 90년대~00년대의 뉴 코란도는 자유와 낭만을 꿈꾸던 젊은이들의 ‘드림카’이자, 쌍용자동차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통했다.



 

뉴 코란도는 한 편으로는 무쏘, 체어맨과 함께 쌍용차의 부침을 함께 한 모델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쌍용 뉴 코란도는 대우의 배지를 달아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기에 무쏘와 체어맨은 대우자동차의 3분할 그릴과 엠블럼을 달고 대우의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하는 등, 쌍용자동차에게 있었던 수많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붕괴로 인해 대우자동차로부터 독립하면서 다시금 쌍용의 이름을 달고 출하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속모델로 등장한 신차 ‘액티언’의 발표, 그리고 이미 한복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쌍용자동차의 수난시대와 함께 2005년 8월을 끝으로 단종되었다.


차명에서 브랜드로

대우자동차로의 합병 이래 그야말로 수난시대를 겪어 온 쌍용자동차는 2011년, 회사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인 코란도C를 공개했다. 코란도C는 카이런 및 액티언의 상업적 실패(액티언 스포츠 제외)과 각종 대내외적 요인으로 생사의 기로에 몰린 쌍용자동차의 재기에 큰 힘이 되어준 모델이다. 이탈디자인에서 맡은 외관 디자인은 보다 세련되고 호오가 덜 갈리는 스타일로 일신되었다. 또한 쌍용차가 최초로 시도하는 전륜구동 기반의 상시사륜구동 시스템과 일체형 차체구조(모노코크) 등, 쌍용차에게 있어서도 여러가지로 모험적인 시도가 많은 차종이기도 했다.



 

이 때부터 쌍용자동차는 코란도의 이름을 다시금 브랜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생산했던 로디우스와 액티언 스포츠는 현재 대대적인 스킨 체인지 작업 및 상품성 개선과 함께 ‘코란도 투리스모’와 ‘코란도 스포츠’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코란도C, 코란도 투리스모, 코란도 스포츠의 3차종으로 구성된 현행 코란도 브랜드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코란도 훼미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의미를 담은 그 이름 ‘코란도’는 신진지프자동차 이후로 거화, 동아, 그리고 쌍용으로 주인이 세 차례나 바뀌면서도 존속되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를 상징하는 모델의 이름으로도 쓰였고,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 선 오늘날에는 쌍용자동차의 SUV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이 덕분에 ‘코란도’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는 자사의 전성기는 물론, ‘SUV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가장 특별한 차라고 할 수 있다.